녹내장, ‘소리 없는 시력 도둑’ | 정확한 정의와 진단 방법 총정리
우리 눈의 건강은 삶의 질과 직결됩니다. 하지만 많은 안과 질환이 초기 증상 없이 진행되어 뒤늦게 발견되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불리는 녹내장(Glaucoma)은 전 세계적으로 실명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대한안과학회 및 주요 대학병원 안과 센터의 전문 자료를 근거로, 녹내장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이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핵심적인 진단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상세히 설명해 드립니다.
1. 녹내장(Glaucoma)의 정확한 의학적 정의
흔히 녹내장이라고 하면 ‘안압(Intraocular Pressure)이 높은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의학적으로 녹내장은 시신경(Optic Nerve)이 점진적으로 손상되면서 특징적인 시야 결손(보이는 범위가 좁아짐)이 나타나고, 최종적으로는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진행성 시신경 병증을 의미합니다.
우리 눈은 뇌와 ‘시신경’이라는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는 이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야 비로소 ‘보인다’고 인지할 수 있습니다. 녹내장은 바로 이 핵심 케이블이 서서히 망가지는 병입니다.
안압(IOP)과의 관계: 정상안압녹내장
안압, 즉 눈 내부의 압력은 녹내장을 유발하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하게 조절 가능한 위험 인자입니다. 안압이 높으면 물리적으로 시신경을 눌러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한국녹내장학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녹내장 환자의 약 70~80% 이상은 안압이 정상 범위(10~21mmHg) 내에 있는 ‘정상안압녹내장’ 환자입니다.
이는 안압이 높지 않아도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시신경 자체의 혈류 장애나 유전적 요인, 고도 근시, 당뇨, 고혈압 등 복합적인 위험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안압이 정상이라고 해서 녹내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이것이 바로 정밀 검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 ‘조기 진단’이 핵심: 녹내장 정밀 검사 방법
녹내장의 가장 무서운 점은 초기-중기까지 환자가 느끼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시야가 서서히 주변부부터 좁아지기 때문에, 중심 시력은 말기까지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가 ‘시야가 좁아졌다’고 느낄 때는 이미 시신경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대한안과학회는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가 실명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녹내장 진단은 단순히 안압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정밀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구조적 손상’과 ‘기능적 변화’를 함께 판단하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1. 기본 검사: 안압 측정 및 세극등 현미경 검사
- 안압 측정 (Tonometry): 녹내장 진단과 경과 관찰의 가장 기본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안압 수치 하나만으로 녹내장을 확진하거나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세극등 현미경 검사 (Slit-lamp examination): 안과 의사가 현미경으로 눈의 전반적인 상태와 함께 시신경유두(Optic Nerve Head)의 모양을 직접 관찰합니다. 녹내장이 진행되면 시신경유두의 함몰(Cup)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변화(C/D ratio 증가)가 나타납니다.
 
2. 기능적 검사: 시야 검사 (Visual Field Test)
시야 검사는 환자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범위를 볼 수 있는지 측정하는 ‘기능적 검사’입니다. 환자는 작은 불빛이 보일 때마다 버튼을 누르며, 이를 통해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 결손이 어느 부위에서 시작되었고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객관적인 지도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3. 구조적 정밀 검사: OCT (빛간섭단층촬영)
녹내장 조기 진단에 가장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검사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한 여러 전문기관에서는 OCT 검사를 핵심 진단 도구로 사용합니다.
- 망막신경섬유층(RNFL) 촬영: OCT는 눈의 CT 또는 MRI와 유사합니다. 빛을 이용하여 시신경 주변의 망막신경섬유층(RNFL)의 두께를 0.001mm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합니다. 녹내장이 시작되면 시야 검사에서 이상이 나타나기 전에, 이 신경섬유층이 먼저 얇아지는 ‘구조적 변화’가 발생합니다.
 - 황반부(Macula) 분석: 최근 연구(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초기 녹내장 환자에서는 황반부의 신경절 세포(Ganglion Cell)가 먼저 손상되는 경우가 많아, 황반부 OCT 분석 또한 조기 진단에 매우 유용합니다.
 
4. 기타 필수 검사
- 전방각경 검사 (Gonioscopy): 눈 안의 물(방수)이 빠져나가는 통로인 ‘전방각’의 구조를 특수 렌즈로 검사합니다. 이 통로가 열려있는지(개방각) 닫혀있는지(폐쇄각)에 따라 녹내장의 종류와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중심각막두께 측정 (Pachymetry):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각막이 평균보다 두꺼우면 안압이 실제보다 높게, 얇으면 낮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측정된 안압 수치를 보정하고, 각막 두께 자체가 녹내장 위험인자인지 판단하기 위해 필수적인 검사입니다.
 
3. 결론: 40세 이상이라면 정기 검진이 유일한 답
녹내장은 한 번의 검사로 진단되는 병이 아닙니다. 안압, 시신경 모양, 신경섬유층 두께(OCT), 그리고 시야 검사(기능)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진단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위험 요인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 만 40세 이상
 - 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는 경우
 - 고도 근시
 - 당뇨, 고혈압 등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
 - 과거 눈 외상 이력
 
녹내장은 완치가 아닌 ‘평생 관리’하는 질환입니다.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안약, 레이저, 수술)를 통해 안압을 조절하고 시신경 손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치료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본 블로그 포스팅은 의학적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눈에 불편함이나 이상 증상이 느껴지신다면 반드시 가까운 안과를 방문하여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