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글에서 말한 것처럼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는 별명을 가진 녹내장은 초기 증상 없이 서서히 시신경을 손상시키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많은 분이 녹내장을 단순히 안압이 높은 병으로만 생각하지만, 본질은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야가 좁아지는 병입니다.
녹내장 치료의 핵심은 ‘안압 하강’입니다. 안압을 낮춰 시신경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죠. 대부분 안약(점안액)으로 치료를 시작하지만, 안약만으로 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약물 부작용이 심한 경우, 또는 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 즉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논문 및 전문 의료진의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 시행되는 주요 녹내장 수술 방법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상세히 설명해 드립니다.
🧐 녹내장, 왜 수술까지 필요할까요?
녹내장 치료는 단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 1단계 (약물 치료): 가장 기본이며 우선적인 치료입니다. 안압을 낮추는 다양한 성분의 안약을 점안합니다.
- 2단계 (레이저 치료): 약물로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있을 때 고려합니다. (예: SLT –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
- 3단계 (수술적 치료): 약물과 레이저로도 목표 안압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시신경 손상이 지속될 때 시행하는 가장 적극적인 치료입니다.
수술의 목적은 약물 없이도, 혹은 최소한의 약물만으로도 안압을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하여 시신경 손상을 막는 것입니다.
🩺 표준적인 녹내장 수술: 섬유주절제술 (Trabeculectomy)
섬유주절제술은 수십 년간 녹내장 수술의 ‘표준(Gold Standard)’으로 자리 잡아 온 방법입니다.
- 수술 원리: 눈 안의 물(방수)이 빠져나가는 길(섬유주)의 일부를 절제하여, 안구 내 방수가 눈 바깥쪽(결막 하 공간)으로 직접 빠져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배출로를 만들어주는 수술입니다.
- 특징: 이 새로운 배출로를 통해 방수가 고이는 주머니를 ‘여과포(Bleb)’라고 부릅니다. 섬유주절제술은 안압을 매우 효과적으로,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 고려 사항: 수술 부위가 다시 아물면서(흉터) 새로운 배출로가 막힐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마이토마이신’ 같은 대사 억제 약물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수술 후 여과포 관련 감염이나 안압이 너무 낮아지는 저안압 등 합병증 관리가 중요하여 정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수적입니다.
[코멘트]
섬유주절제술은 안압 하강 효과가 가장 확실한 수술 중 하나입니다. 특히 안압이 매우 높거나 이미 시신경 손상이 많이 진행된 중기 이상의 녹내장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고려됩니다.
💉 또 다른 표준 치료: 녹내장 임플란트 삽입술 (GDD)
녹내장 임플란트 삽입술(Glaucoma Drainage Device, GDD)은 ‘녹내장 밸브 수술’이라고도 불립니다.
- 수술 원리: 미세한 관(Tube)을 눈 안에 삽입하고, 이 관을 눈 뒤쪽 결막 아래에 고정한 판(Plate)에 연결합니다. 방수가 이 관을 통해 판으로 배출되어 주변 조직으로 흡수되도록 합니다.
- 특징: ‘아메드 밸브(Ahmed Valve)’나 ‘바벨트 임플란트(Baerveldt Implant)’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아메드 밸브는 안압이 과도하게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밸브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고려 사항: 이 수술은 주로 섬유주절제술에 실패했거나, 신생혈관 녹내장, 포도막염 녹내장, 외상성 녹내장 등 복잡한 녹내장, 또는 섬유주절제술의 성공률이 낮다고 판단될 때 선택됩니다.
✨ 최신 트렌드: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 (MIGS)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 (Minimally Invasive Glaucoma Surgery, MIGS)입니다.
- 수술 원리: 기존 수술처럼 새로운 길을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눈의 정상적인 방수 배출로(섬유주, 쉴렘관)에 미세한 기구나 스텐트(iStent, Hydrus 등)를 삽입하여, 기존 배출로의 저항을 줄여 방수 배출을 원활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 특징:
- 안전성: 절개 부위가 매우 작아 조직 손상이 적고, 수술 시간이 짧습니다.
- 빠른 회복: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일상 복귀가 용이합니다.
- 낮은 합병증: 저안압이나 감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이 기존 수술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 고려 사항: MIGS는 안압 하강 효과가 섬유주절제술만큼 강력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주로 경도에서 중등도의 녹내장 환자에게 적합합니다. 특히 백내장 수술과 동시에 시행하여 시력 개선과 안압 하강을 함께 도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섬유주절제술이 새로운 배출로(여과포)를 만드는 반면, MIGS는 기존 배출로에 미세 스텐트를 삽입해 기능을 개선하는 차이를 보여줍니다.
🔬 레이저 치료도 수술인가요?
환자분들이 자주 혼동하시는 것 중 하나가 ‘레이저 치료’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SLT)’은 수술이라기보다는 ‘시술’에 가깝습니다.
- 원리: 방수 배출구인 섬유주에 특정 파장의 레이저를 조사하여 배출구의 기능을 개선하고 안압을 낮춥니다.
- 특징: 외래에서 5~10분 내외로 간단히 시행하며, 통증이 거의 없고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안약 사용을 줄이거나 안약의 효과가 부족할 때 1차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매우 안전한 치료법입니다.
👨⚕️ 환자 맞춤형 치료가 핵심입니다
녹내장 수술은 ‘어떤 수술이 무조건 좋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 안압 하강 효과가 강력하지만 합병증 관리가 필요한 섬유주절제술/임플란트 삽입술.
- 안전하고 회복이 빠르지만 안압 하강 폭이 비교적 적은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MIGS).
환자의 녹내장 종류, 진행 속도, 목표 안압, 나이, 동반된 백내장 유무, 그리고 생활 패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수술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녹내장은 완치가 아닌 ‘평생 관리’하는 질환입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되며, 꾸준한 정기 검진을 통해 안압과 시신경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내 시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